본문 바로가기
기타 이야기

모네 빛을 그리다. 감상평 및 후기

by 핵심전략 2019. 10. 28.

모네 빛을 그리다 작품전을 다녀오고 난 감상문입니다.

모네의 작품들을 컴퓨터 영상으로 나타내는 작품이 많았는데, 다녀온지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네 빛을 그리다

 

빛 이라는 말은 그 빛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굉장히 어렵다. 과학적으로, 사전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가진 것이 바로 빛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빛을 떠올리면 부모님, 사랑, 고귀함,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보석을 두고 반짝반짝 빛난다.’ 라고 표현하고 아름다운 이에겐 소위 빛이 난다.’ 라고 표현을 한다. 물론 하면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대체적으로 빛과 어둠을 선과 악, 천사와 악마와 같이 표현되는 것들에 의한 학습적인 이미지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빛이란 그 존재만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놀라운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어쩌면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의 표현에 빠지게 된 것 역시 당연한 이치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모네, 그가 표현하고 싶어 한 빛. 이 전시회를 가게 된 이유는 모네 빛을 그리다라는 제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빛과 모네가 생각한 빛, 그리고 이 전시가 생각한 빛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이 전시회를 찾았다.

 

본 다빈치 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찾았을 때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작은 규모와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인듯 한 모습에 조금 놀랐다. 보통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가면 4~5시간 동안 천천히 관람을 하며 작품을 감상을 했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두어 시간이면 충분히 다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한 번 더 놀랐다. 그 이유는 수많은 인파로 카페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었고, 특히 젊은 여성과 아이의 비율이 굉장히 많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입장제한이 없어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들어가는 모습에 당황하며 작품을 제대로 감상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이 전시회의 연출가는 모네가 지닌 빛의 관찰과 그 관찰을 통해 부여된 색의 패턴을 추적한 작품 세계를 묻고, 이를 통해 현대인이 잃고 있던 감성을 되돌리려는 목적으로 작품들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모든 작품들은 컨버전스 아트로서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이 아닌 IT미디어와 융합된 기술로 그림을 재해석 하였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간극을 줄이고 몰입을 높임으로서 상호소통성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하였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하지만 우선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IT작품을 통해서 생동감을 부여하고 보다 쉬운 감정의 이입과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Women with a parasol이라는 작품 즉, 우리에게 양산 든 여인 이라고 잘 알려진 작품은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치맛자락과 햇살을 가리기 위한 양산을 썼구나. 라는 느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치맛자락과 꽃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구름에 가려진 햇볕이 내리쬐는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변화시킴으로서 대중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증가시켰다고 생각한다. 또한 멀리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이 아닌 VR체험과 모션캡쳐 등을 통하여 몰입도를 높이고 미술작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전시회의 초입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채운 대형스크린에 아르장퇴유의 다리가 비춰지고 있었다. 이곳은 첫 번째 테마인 빛의 초대라 불리는 곳이었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물결과 나뭇잎들은 눈요기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투명한 커튼을 열고 들어간 두 번째 장소는 지베르니를 테마로한 정원과 모네의 실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두 번째 테마인 지베르니 연못 : 꽃의 화원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테마에서는 모네의 작품은 거의 없었고 꽃들과 디스플레이 정원의 모습은 포토존 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다음 커튼을 젖히고 들어간 세 번째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모네의 작품들이 펼쳐졌다. 세 번째 테마는 미디어 오랑주리 : 수련연작이었다. 사면과 천장까지 가득 채운 디스플레이들은 수련 연작들을 비추고 있었다. 이곳은 사면이 연결되어 마치 실제 수련연작으로 둘러 쌓여서 편안함과 특유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그대로 재현한 미디어 오랑주리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실제 모네의 수련연작 크기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일렁이는 물결과 찰랑이는 버드나무의 모습을 프로젝트 빔으로 쏘아 비추고 있었다. 좋았던 부분은 모네의 붓 터치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할 순 없었겠지만 빔으로 쏘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질감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또 수련연작을 모니터의 액정에서 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촘촘한 천 위로 빔을 쏘고 있었다. 도슨트나 작가의 설명에서 왜 그렇게 한 것인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렁이는 물결과 흔들리는 버드나무의 모습을 최대한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고 모니터 천 같은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모네가 그린 풍경화들이 시시각각 다른 그림으로 바뀌어가며 비춰졌다. 아르장퇴유의 양귀비를 비롯하여 꽃과 나무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과 변해가는 과정이 마치 물감이 섞이듯 그림이 변해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네 번째 테마인 영혼의 뮤즈: 카미유에서는 카미유를 대상으로 그린 그림들과 5m이상의 거대한 카미유의 모습이 세워져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테마는 바로 이 카미유와 관련된 테마 이었다. 모네의 그림 중에서 카미유를 대상으로 그린 그림들이 가장 정성들여 그린 그림들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그릴 때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릴 때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릴 때 당연히 더욱 정성들여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 중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카미유라는 작품과 카미유의 임종이라는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카미유를 흥미롭게 본 이유는 왜 카미유는 지구 반대편인 일본의 의상을 입고 있었을까? 라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후에 집에 돌아와서 작품을 찾아보니 당시 유럽에서는 일본풍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본래 중국 도자기를 수입하다가 중국 도자기 수입이 어려워지자 대체품으로 일본 도자기를 수입하였는데 이때, 일본은 도자기 포장과 함께 조그마한 일본 만화를 같이 넣어서 수출했다고 한다. 이때 유럽에서 특히, 인상주의작가들이 일본풍 유행에 푹 빠졌다는 말이 있다. 이중 특히 모네는 지베르니 정원에 일본식 다리까지 두었을 정도라고 한다. 카미유의 임종이라는 작품을 보았을 때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죽은 사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자체가 흔히 접하는 작품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작품 설명에서 모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새벽녘 나는 내가 가장 사랑했고 사랑할 죽은 여인 앞에 앉아있었네. 그녀의 비극적인 잠을 응시하고 있었지. 그리고 문득. 내 눈이 죽은 사람의 안색의 변화를 쫓고 있음을 깨달았네. 파랑과 노랑, 회색의 색조…….” 아마 모네는 죽은 카미유를 보며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조차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테마 빛의 모네 ; 환상의 정원을 가는 길목에는 주관적인 생각으로 루앙대성당이 있었다.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루앙대성당이라고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성당의 모습만을 흉내 낸 듯한 조잡한 건축물과 그 위로 빛을 쏘아 보라색 빛으로의 새벽의 루앙, 흰색 빛은 정오의 루앙 등 네 가지 테마로 보일 뿐이었다. 실망감을 가지고 도착한 마지막 테마에서는 큰 모니터에 개양귀비 등 모네가 그린 풍경화 중 꽃들이 그려진 그림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관람객들이 앉아서 쉬어 갈 수 있는 의자들이 있었다. 이로인해 사람들은 나가기 전에 삼삼오오 앉아 자리에 모여 있고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기는 굉장히 부적합했다.

 

이번 전시회를 다녀오면서 전체적인 느낌은 솔직히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고 잘못된 전시회를 선택했구나 생각했다. 건물 외관의 첫인상부터 시작해서 불편한 동선, 입장제한이 없는 관람객. 사진촬영이 가능한 것. 관람객들을 제지나 관리하는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던 것. 너무 부족한 작품설명 등이 나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줬다. 불편한 동선으로 입장부터 불편함을 느꼈고 단체손님을 비롯한 수많은 관람객들이 한 번에 전시회를 들어오니 제대로 작품을 감상 할 수도 없었고 떠들기도 하며 사진촬영을 하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물기도 힘들었다. 예컨대 카미유의 작품을 보려고 서있었는데 뒤에서는 작품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눈치가 보여 마저 감상을 하지 못하고 나왔다. 또한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힌듯한 구조는 당시 비가오고있었는데 천둥번개가 칠 때면 건물 전체가 울려 깜짝 놀라 감상의 연속성을 깨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장 안 좋았던 점은 너무나도 부족한 작품 설명이다. 아무리 모네의 작품을 컨버전스 아트로 재구성한 것일지라도 모네 작품 원본에 대한 설명이나, 또는 작가가 모네의 작품을 이렇게 표현한 의도를 알기 힘들었다. 전시회를 약 3개월 만에 방문하기 때문에 오랜만의 기대를 가지고 갔었는데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눈요깃거리와 SNS 게재용 사진을 찍기는 아주 훌륭했지만 전시회라기보다는 데이트코스와 포토스팟으로 좋은 장소였던 것 같다.

댓글